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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육군으로 5년간 군 생활을 하고 대위로 전역했다.

여군 전투복 사진
옛날 전투복 - 대위 견장

◆ 여군이 되는 법?

세월이 많이 흘렀다. 20년 전 여군학교(지금은 없어짐) 과정을 거쳐 소위로 임관, 소대장과 전산 장교로 복무하였다.

 

 

여러분은 왜 여군이 되려고 하나? 혹 '여군이 되는 법'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이 글을 읽고 있는 건 아닌가? 그렇다면 여군이 되는 법에 대해서는 다른 이의 글을 참조하길 바란다. 나는 오래전에 군 생활을 했고 현재의 모집 요강이나 지원 자격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다만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여군에 지원해야 하는지, 아니 그전에 당신이 군대에 가도 될 사람인지부터 알려주고 싶다.

 

참고로 나는 약골이고 체력이 약하다. 밥을 느리게 먹는다. 쿨하지 못하고 꿍한 성격이다. 리드하는 편이 아니고 적당히 끌려다닌다. 단, 책임감이 강하고 깡다구는 있는 편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군대에 갈 성격과 조건을 지녔다고 생각하는가? 아닌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적어서 나열해 보니 군대 가지 말아야 할 조건들로 넘쳐난다. 물론 깡다구가 있는 편이긴 했지만. 그때는 너무나 원했고 어찌어찌 합격했기에 객관적으로 내가 군에 맞는 사람인지 따져볼 겨를이 없었다.

 

여군이 될 최소한의 조건

우선 여군이 되려면 이런 사람이면 더 좋겠다는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적어 본다. 당연한 내용일 수 있지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우선, 건강해야 한다

근육질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체력이 있는가? 대표적인 전투 병과인 보병은 특히 체력을 요구한다. 전투 병과가 아니라 하더라도 자기 몸이 비실거린다면 군인으로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합격을 위한 체력 검증은 통과하더라도 추후 각종 부대 훈련과 강도 높은 업무 처리를 위해서는 일반 사회보다는 더 체력이 필요하다(당연한 말이지만). 물론 체력은 기를 수 있다.

 

잘 먹어야 한다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적당량을 적당한 속도로 먹는가? 입이 짧거나 소식을 해서 에너지가 부족한 여자들이 있다. 군 생활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잘 먹는 사람이 유리하다. 훈련 및 업무 등으로 좋은 여건에서 편하게 먹지 못할 때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잘 먹는 것이 필요하다.

 

쿨해야 한다

 

 

속상한 일을 훌훌 털어버릴 줄 아는가? 물론 사회에서도 상사에게 혼나는 일이 많지만 군대는 그 특성상 내가 잘해도 상관의 의도에 맞지 않으면 안 되기에 지적받고 혼나는 경우가 더 많으리라 본다. 이것에 욱하거나 나의 자존심을 세운다면 본인에게도, 조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분 나쁜 마음은 털어버리고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알맹이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은 자신이 괴롭지 않게 군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단체 속에서 구성원을 이끌 수 있는가? 병사들을 지휘하는 지휘자는 특히 리더십이 필요하다. 병력에게 나를 따르라고 했는데 따르지 않는다면 곤란하다. 물론 자기의 맡은 바 임무를 하는 참모 보직도 있으나 소, 중위 때는 일 잘하는 장교로 통할지라도 대위 이상 계급이 올라갈수록 조직 내, 조직 간 협력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높은 계급까지 오래도록 군 생활하는 동기들을 보면 리더십 있는 동기들임을 볼 수 있다. 리더십은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덕목과도 연결된다.

 

타인을 아낄 줄 알아야 한다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가? 자기만 잘나가고자 동료를 밟고 올라가거나 주변의 도움의 손길을 무시한다면 제아무리 잘나도 결코 잘 되지 못함을 본다. 군대는 특히 더불어 나아가야 한다. 소속된 부대, 소속된 팀과 같이 나아가려면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여군이 왜 되려는지 깊이 고민하라

 

 

​전역한 지 오래되었지만 왜 군대를 갔냐고 종종 질문을 받는다. 나는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어릴 때부터 동경해서, 계약직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껴서, 남은 인생 옛꿈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 등의 이유가 있다. 다 맞는 말인데 솔직히 얘기하자면 난 전산 병과로 지원해서 군인 양성 교육만 잘 버티면 멋진 근무복 입고서 컴퓨터 앞에서 프로그램 짜면서 있어 보이게 생활할 줄 알았다. 나의 오산이었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 여군에 지원하는 자가 없길 바란다. 군복이 멋있어서가 아니라 이 한 몸 국가를 위해 헌신할 마음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 전쟁이 일어났을 때 도망가지 않고 나가 싸울 수 있어야 한다. 전쟁이 설마 나겠냐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군대 내의 사무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군무원을 알아보길 바란다. 군인의 존재 이유는 국가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기꺼이 자신을 헌신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지원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너무 무거운 말로 여러분의 여군 지원 의지를 꺾어 놓은 건 아닌가 싶다. 이 글을 읽고 여군이 되려는 마음을 접기보다는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추신 : 전역한 지 16년이 지난 지금이지만 지난 군 생활을 돌아보면 여러 안 맞는 조건들임에도 입대하여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소중한 경험을 했음에는 틀림없고 그만한 가치는 있었다고 자부한다.